경기도 2026년도 본예산 심의 정상화를 위한 경기도의회 여․야 교섭단체가 합의문을 들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프레스큐)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최종현 원내대표, 김진경 의장, 국민의힘 이용호 원내부대표
[프레스큐=공경진 기자] 경기도의회는, 지난 5일 경기도의회 청사에서 김동연 지사가 공식 사과를 표명하고, 여야 교섭단체가 2026년도 본예산 심의 정상화에 전격 합의하며 장기간 이어졌던 의회 파행 사태를 마무리했다.
이번 정상화는 행정사무감사 불출석 사태로 촉발된 갈등이 여야 간 협상을 넘어 도정 책임자의 직접 사과까지 이어진 끝에 이뤄진 결과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11월 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의 민생예산 대규모 삭감과 조혜진 비서실장을 비롯한 정무라인의 행정사무감사 거부에 항의하며 국민의힘 백현종 대표의원은 삭발 후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경기도의 민생예산 복구와 행정사무감사 불출석 사태에 대한 책임을 촉구하며 열흘째 단식농성을 이어온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백현종 대표의원이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사진=뉴스1)
단식이 열흘째 이어지던 지난 4일, 백현종 대표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최종현 대표의원과 대화하던 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주변 의원들은 “민생예산이 복구될 때까지 멈출 수 없다”는 백현종 대표의원의 강한 의지를 우려하며 구조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종 대표의원의 단식 투쟁이 전국적 관심을 끌며 여야는 물론 도 집행부도 압박을 받는 가운데, 지난 5일 오전 김동연 지사는 도의회 의장실을 찾아 김진경 의장, 최종현 민주당 원내대표, 이용호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앞에서 사태에 대한 공식 유감과 사과를 밝혔다.
김동연 지사는 “운영위원회 행정감사와 관련해 도지사 보좌기관의 문제제기에 공감한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불출석 사태가 발생해 도정을 책임지는 도지사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도의회에 “민생을 위한 예산심의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시각, 책임 논란의 중심에 있던 조혜진 비서실장은 비서실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혜진 비서실장은 “도민의 민생을 위한 예산안 처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임명권자인 지사에게 더 이상 부담을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양우식 운영위원장과 관련된 문제는 도 공직자들의 자존감과 연결된 사항”이라며 도의회의 책임 있는 해결을 요구했다.
김동연 지사의 사과와 조혜진 비서실장의 사퇴 이후, 여야 교섭단체는 즉시 의장실에서 정상화 합의문에 서명했다. 양당은 “정무라인의 행정사무감사 거부로 촉발된 모든 사안을 해결하고, 시급한 도민 민생을 위해 2026년도 예산심의를 정상화하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이어 발표된 더불어민주당 입장문에서 최종현 대표의원은 “민생을 위해서는 예산안 처리가 더없이 중요하다”며 “이번 예산이 도민에게 꼭 필요한 부분에 적기에 쓰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입장문을 통해 이번 합의를 투쟁의 성과로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백현종 대표의원을 중심으로 74명의 의원이 한마음으로 투쟁해 결국 지사의 공식 사과와 비서실장 사퇴를 이끌어냈다”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며 도민의 민생예산을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증도감(李增道減)’이라 불리는 민생예산 삭감안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정상화 합의는 단순한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민생예산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치가 도지사의 공식 사과와 참모 사퇴라는 책임 조치를 통해 봉합된 사례로 평가된다.
갈등은 컸지만, 예산을 적기에 처리해야 한다는 절박함 앞에서 여야가 다시 마주 앉았다는 점에서 도민들은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향후 예산심의 과정에서 여야가 어느 정도의 실질적 민생 복구 성과를 만들어낼지가 경기도정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