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8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스1)
[프레스큐=공경진 기자] 장동혁 국회의원이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 전한길 씨의 발언이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전한길 씨는 김문수 전 장관을 향해 “사과하고 정계 은퇴하라”는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고, 더 나아가 “전한길을 버리는 것은 윤석열을 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순한 개인의 평가를 넘어 자신을 보수진영의 중심에 세우려는 발언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올해 초 탄핵 정국에서 전 씨는 역사 강사로서 비교적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였다. 거리 집회에서 원칙을 강조하며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고, 일부는 그에게서 새로운 보수 담론의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드러나는 언행은 당시의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적 감정이 앞서고, 자신의 입지를 과시하려는 야심이 노골적으로 비친다.
김문수 전 장관이 보수 유튜버 토론회를 불참한 일을 두고 전 씨는 “약속 파기”라고 몰아붙였지만, 당시 언론이 “전한길 면접”이라는 식으로 비아냥을 퍼부은 상황을 감안하면 단순한 약속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부담의 산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곧장 ‘배신’으로 규정하는 것은 감정적 대응에 불과하다.
또한 김 전 장관이 결선 토론에서 한동훈 전 대표를 공천 대상으로 언급한 데 대해 전 씨가 “보수 우파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격하게 반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정책이나 노선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적 원한에 가까운 언어였다. 무엇보다 “전한길을 버리면 곧 윤석열을 버리는 것”이라는 발언은 스스로를 윤 전 대통령과 동일선상에 놓으려는 과장된 자기 과시로 비쳤다.
문제는 전한길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름을 과도하게 거론하며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정국 이후 이미 보수 내부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 이름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보수정당이 안고 있는 부담을 덜어내기는커녕 오히려 위기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으로 비추어볼 때, 전한길 씨는 올해 초부터 이미 정치적 야욕에 눈이 멀어 있었던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합리적 강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국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활용해 자신의 입지를 키우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 해석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의 발언은 그때부터 이어져 온 정치적 야심이 드러난 결과일 뿐이다.
정치는 결국 공공의 신뢰 위에서만 존속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씨의 행보는 합리적 토론과 책임 있는 언행을 통한 신뢰 구축이 아니라, 정치적 욕망을 위해 인물과 이름을 수단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수정당이 진정으로 미래를 모색한다면, 개인의 야심이 아니라 원칙과 책임 위에서 다시 세워져야 한다.
전한길 씨의 최근 모습은 그 반대로 가는 길이라는 점에서 실망을 넘어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