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큐=공경진 기자]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합법파업보장법)’을 두고 박수현 국회의원(민주, 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동세상을 향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단순히 ‘노동권 보장’으로만 볼 수 없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이 법은 2015년 처음 발의된 이후 무려 11년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그동안 노동계는 “헌법적 권리 보장”을 주장해왔지만, 경영계는 “기업 존속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이번 통과는 갈등이 해소된 결과라기보다는, 사회적 논란 속에서 한쪽의 요구가 관철된 측면이 크다.
첫째,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흔들림이다. 개정안은 파업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업무방해죄 적용 범위를 좁혔다. 이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
2019년 르노삼성자동차의 장기 파업은 생산 차질로 해외 철수설까지 불거졌고, 2021년 쌍용자동차는 반복된 갈등 끝에 법정관리에 들어가 수천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파업이 기업 존속을 위협한 실제 사례들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둘째, 기업 존속과 고용 안정은 불가분 관계다. “노조가 기업 몰락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은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과도한 요구와 장기 파업이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그 결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진 경우는 허다하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이 결국 더 많은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국제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 어렵다. 박수현 의원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를 언급했지만, 일본과 독일 등 주요국가도 기간산업과 공공서비스 분야에는 강력한 파업 제한을 두고 있다.
2022년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국내 하루 경제 손실은 약 3천억 원에 달했고, 항만 가동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시멘트 출하량은 90% 가까이 감소해 건설 현장이 마비됐다. ‘헌법적 권리’라는 미명 아래 국민 생활이 마비되는 결과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6개월의 시행 유예 기간은 충분하지 않다. 대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노조와의 협상 과정에서 밀려날 경우 곧바로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법이 보호해야 할 일자리가 사라지고, 지역경제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다.
대동세상과 인의국가라는 이상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입법은 이상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현실의 기업과 일자리, 국민 생활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합법파업보장법은 진보의 이름으로 포장됐지만, 자칫하면 고용 불안과 사회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한걸음 앞’이 아니라, 더 깊이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숙성된 입법이다.